난 모르겠다. 학생회장 자질이 부족하다는 말조차도 부족할 정도로 제대로 되고 있질 않다. 학생들은 점점 학생회를 멀리한다. 참여를 부탁해야만 한다. 애걸 복걸 해야한다. 물론 전부 그런것은 아니다. 자신해서 학생회에 들어오는 학생도 있고 정말 열심히 일을 하는 학생을 보기도 한다. 특이한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강요를 한적도 없고 사명감을 심어준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학생도 있다.

과사며 전산실이며 계속해서 쓰레기를 버려대면서 학생회 보고 청소를 왜 안하냐고 따진다. 전산실에서 동영상보고 떠들지 말라고 한소리 했더니 한참 후배인 녀석이 너나 잘하라고 한다. 회장 투표하는데 몇명이 참여를 안해서 후보자들이 계속해서 서있어야 하니까 와서 빨리 투표좀 하랬더니 하러오겠다고 말하고 다음날이 되도 오지 않는다. 남의 학부 회장도 아니고 자기 학부 회장인데 투표권조차 부탁을 해서 하게해야한다. 지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질려버리고나면 난 학생들을 보기가 싫다. 어떤 학생들은 보기만 해도 구역질을 하고 싶을 때도 있다. 앞에선 친한척 인사하더니 과홈 익게에다가는 치졸한 비난을 서슴치 않는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날 싫어하는 줄 뻔히 아는데 상냥한척 인사를 한다. 선배들이라고 다를 건 없다. 숙제를 해달라고 하질 않나. 전산실에서 카트라이더를 하고 있다. 나한테 대놓고 너나 잘하라던 후배도 왜 선배들은 여기서 노는데 나한테 이러냐! 라고 따졌었다. 난 본적없고 보이면 그만 하라고 말할것이라고 했었다. 그날도 난 분명 여기는 게임하시면 안됩니다. 라고 말을 했다. 씹어버린다.

이제 나의 학생회장 생활은 2주 후면 끝난다. 2주 후에 방학이 시작되고 나는 회장으로 부터 자유로와진다. 나를 따르는 학생회 임원들 대략 10명에게 너넨 다음에 뭐할꺼냐고 물어봤다.

하나같이 "다시는 학생회 안할거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학생들에게 실망감이 너무 커서 못하겠다."

이 친구들은 전혀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나역시 그렇다. 오히려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 내 인생에 폐만 끼쳤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데 이 친구들은 오죽할까...

안타깝다. 아니 너무 슬퍼진다. 난 이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학생들을 등지게 만들었다. 학생은 학생회를 피하고 학생회는 학생을 피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도 반대로 가는 꼴은 처음 겪어 보기에 참 황당하다.

더이상은 학생들에게 기대하지도 않는다. 생각하기 조차 싫을 뿐더러 지금 내가 그나마 버틴건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과사를 청소하는 학생회 임원도 있고 학생회 행사면 매번 와서 참여하고 도와주는 학생들도 있다. 별에 별 소리(그만하자, 왜하냐, 나 그만둔다, 넌 대체 뭐한거야?, 할꺼냐? 기타 등등)를 다해도 끝까지 나를 따라 주는 학생회 임원들 같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저리 주저리 무지 긴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관계"는 멀리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자주 만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