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 몸이 그렇게 녹슬지 않았다. 증명은 불과 40분전에 일어난 '나쁜 녀석들 잡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션은 다음과 같았다.
"내 방 앞의 골목길에서 중,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3명의 학생이 롹커를 흔들고 있다. 달그락 달그락.. 그리고는 이어지는 치이~~익"
안 그래도 운동하러 나가려던 찰라. "너넨 딱걸렸다" 죽어봐라!!

줄넘기를 들고 집문을 열고 롹커 소리가 들린 쪽 벽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질적인 낙서가 그려져 있었다. 힙합 그래피티 같은 거면 봐주려고 했다. 낙서가 손바닥 만하면 봐주려고 했다. 근데 그건 아니였다. 너무도 노골적인 영어 대문자 세 개와 "하악" 그렇게 다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골목길은 매우 단순하다. 들어오는 곳 한 곳 나가는 곳 한 곳. 물론 걸어가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부를 수 있겠지만 내가 등지고 선 쪽이 바로 들어온 곳.. 나가는 쪽으로 냅다 달렸다. 역시. 세 명. 화들짝 놀래며 도망가기 시작한다. 엄청나게 빠르다. 역시 젊은 애들이라 그런가 완전히 빠르다. 이건 마치 중.고등학교 때 100미터 달리기와 흡사 같았다.

세 명중에 한 명을 목표로 삼아 최대 속도로 달렸다. 슬슬 지쳐가기 시작했지만 도망가는 입장과 뒤를 쫓는 입장의 심리적 차이는 큰 모양이다. 결국 한 명을 잡았고, 나머지 두명은 제 갈길로 도망쳤다. 상관 없었다. 어차피 나중에 잡히거나 심리적 고통은 같을 테니까.

그렇게 해서 잡은 녀석은 중3. 나와 같은 중학교를 나왔고 내가 이름을 들어봤던 것 같은 분이 담임 선생님이라고 했다. 게임 셋.. 잡은 녀석에게 그 녀석을 잡으려고 노력한 만큼의 욕을 바가지로 해주고 아버지에게 넘겼다. 그 순간 잡힌 순간 녀석은 반성을 했다. 잘못했노라고, 지우겠노라고, 다신 안그러겠노라고...

내가 할 일은 다 했으니 그 녀석을 넘기고 줄넘기를 하러 가는 길에 어정쩡해 보이는 어린 녀석이 내 눈을 피해 고개를 돌린다. 저 녀석이군. 다가가서 "너 아까 도망갔지?" "아니요" "죽을래? 니 친구 저기 잡혀 있거든?" "저 아닌데요." "너 중3이지?" "네" "너 담임 누구야?" "XXX요" "죽을래?" "잘못했습니다." "저쪽 가서 같이 반성해라 도망가면 죽는다."

그렇게 세 명중 두 명을 붙잡고 줄넘기를 하러 갔다. 목표로한 한 줄 넘기 500개는 실패 했고(다리가 못 버팀), 쌩쌩이 50개는 성공했다.(팔이 힘듬)

부디 좋은 녀석들로 거듭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