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하고 여행은 자주 다녔었지만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나온 여행은 처음이라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사실 해외여행만 아니였어도 두 분이 다녀오시라고 했을텐데 간단한 인삿말도 어색해 하셔서 그러기가 힘들었습니다.

가장 걱정했었던 환승 문제는 운좋게(?) 잘 해결됐습니다. 1시로 알고 갔지만, 그 뱅기 일정은 없어지고 2시 뱅기로
미뤄지더군요.. +_+;; 티켓팅하는게 거리는 시간만 40분.. 스코틀랜드에서 온 어느 아저씨는 화가나서 직원에게 대놓고 "너
일한지 얼마나 됐냐?"라고 물어보시더군요. 뱅기 시간이 엄청나게 유동적이고, 직원이 일을 잘 못한다는 것, 비행기가 작아서
비행이 아주 스릴넘치다는 것을 빼면 씨에어도 나름 괜찮은 항공사 같습니다. 나름 까띠끌란에서 항구까지 무료 셔틀도 운행해주고,
보라카이에서 까띠끌란으로 무료 배편도 제공해주니까요.

가족여행을 와보니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저는 여기 오기 전까지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활달하신 분인줄은 몰랐습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온 동네를 거침없이 돌아다시니는데..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현지인들과 한국어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외국에 나온지 이틀만에 저희 부부와 대화를 할 때도 "야스"로 대답하시는 놀라운 적응력!! 오늘은 마닐라에 오자마자 호텔에서 짐을 풀고 백화점가서 밥먹고나서 지하철을 구경하러 갔다가 즉흥적으로 지하철을 타고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시청'으로 가보자고 하시는 걸 겨우 말려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_@..

아버지에 비하면 적응이 느린것 같지만, 저에게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버지보다는 조용히 슬슬 잘 따라오시는 어머니가 훨씬 편하긴 합니다. 음식 적응이 힘드셔서 고생하고 계시기는 한데,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에 맨발로 걸어다니실 때 어린이처럼 즐거워하시던 모습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해변의 모래가 어찌나 부드럽던지;; 발바닥이 녹는것 같았어요. 캬~

와이프한테는 조금 미안합니다. 부모님 신경쓰느라 와이프한테 다도 소홀했더니 와이프가 아픈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ㅠ.ㅠ 와이프 입장에서는 시부모님 모시고 오는 여행이라 저보다도 더 긴장되고 힘들 수 있을텐데 잘 좀 해줘야겠어요. 미안해 여보.. ㅠ.ㅠ 이제 잘 할 께~

여행 오기전에는 신경쓰이는게 너무 많아서 여행가기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잘한 것 같습니다. 이제 내일 하루 마닐라에서 즐겁게 돌아다니고 내일모레에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생각 같아서는 보라카이 어느 리조트 전산직으로 근무하고 싶긴한데.. 봄싹 스터디 때문에라도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네요.ㅋㅋ

ps: 보라카이의 장사꾼들은 한국어를 꽤 잘해요. 마치 한국의 명동 장사꾼이 일본어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