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일입니다. 실화죠. 거의 쌩방입니다.

저희 대학교에 있는 꽤 폼나는 회의실을 빌리고자 합니다. 그러나 절차가 복잡하다며 그곳 보다는 약간 안좋은 하지만 쓸만한 장소를 빌리는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곳이 최종적으로 원하던 곳은 아니였기에 한번 대쉬를 해봤습니다. 이름하여 폼 나는 회의실 빌리기 도전기...

저는 먼저 제 마음 부터 확실히 해야 했습니다. 난 빌릴 수 있다. 라는 마음 가짐 없이는 빌릴 수 없다고 생각했죠. 안되는 게 어딨어 분명히 빌릴 수 있을꺼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허무한 다짐은 아니였습니다. 가능한 일이기에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마음을 다잡은 다음 뛰었습니다. 일단은 대학원 사무실로 갔습니다. 전 대학원 생은 아니지만 그쪽이 더 친절하고 권력이 쎄거든요. 안타깝게도 권한을 가진 분이 안계셨습니다. 잠시 외출중이셨죠. 멈출수 없어서 그냥 회의실로 뛰었습니다. 회의실 근처에 직원분들이 계신 곳이 보였습니다. 들어가서 물어봤습니다. 총무실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Good!

총무실로 뛰었습니다. 10미터 거리이기 때문에 뛰어가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가서 회의실을 빌리고 싶다고 말을 하니까 담당자 분을 가리키며 저 분께 말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다행히도 친절하신 분이였습니다. 절차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 공문을 가져 오셔야 되는데요.
- 네?? 그게 어떤거죠??
- 어느 학부 다니죠?
- BIT학부요.
- 그럼 거기서 공문 만들어 오세요.
- 네...


절차1. 공문을 가져와라.

이제 학부 사무실로 뛰었습니다. 공문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다지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즉 불친절한 사람을 만났죠. 그렇다고 멈출순 없죠.

- 공문을 받으러 왔는데요.
- 공문이 뭔데요?
-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총무실에서 회의실을 빌리려면 필요하다고 하던데요.(헉.. 젠장 공문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조교라니...)
- "??? 저 선생님 공문이 뭐에요?", "아 그거 있자나. " Blah Blah 10분
- 공문을 작성할 때 필요한 내용이 뭐죠? 그 정보를 제가 드리면 되는거 아닌가요?
- 일정, 소개, 세부 일정이 필요합니다.
- 네 작성해서 드리겠습니다.

절차2. 공문은 학부 사무실에서 작성해 준다. 필요한 정보를 들고가라.

공문 내용을 작성해서 학부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담당자(조교)가 제가 들고간 문서를 확인하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제가 들고간 건 A4 한장도 채 안되는 세 문단 짜리 짧은 글을 드디어 읽다가 첫 문단에서 발로 걸립니다.

- 이거 학부 행사가 아니죠?
- 학부랑 연관된 행사이긴 한데 학부가 주최하는 행사는 아닙니다.
- 학회가 아니죠?
- 네 학부의 학회는 아니지만 학부랑 관계가 있는 외부 학회입니다.
- 그럼 안되는데요?
- 네?? 왜요?
- 학부 행사가 아니니까.

황당하더군요. 기껏 30분이나 기다렸더니 하는 말은 학부의 행사가 아니라고 안된다는 거였습니다.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정말 그렇다면 외부 행사를 어떻게 학교에서 개최할 수 있겠는가...)그러다 공문이 뭔지를 알려준 조교 분께서 훈수를 두셨습니다.

- 모임의 주최가 학부가 아니라면 해당 모임 쪽에서 공문을 만들어서 보내야 합니다.
- 그럼 총무팀에 다시 가서 물어보겠습니다. 바이바이

총무팀으로 갔습니다. 제 손에는 학부 사무실에 들고 갔었던 문서가 있었고 그걸 보여주며 이 행사를 학교에서 하려는 학부에서는 공문을 써줄수 없다고 하는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그 문서는 짧았지만 거기에는 학부에서 캐치하지 못했던(아니.. 사실은 안했던) 정보들이 가득했습니다. 모임을 뒤받침 해주는 회사라든가 모임의 취지...

- 전화번호를 남겨주시겠어요?
- 네 XXX-XXXX-XXXX입니다.
- 알아보고 연락드릴께요.
- 네

젠장... 이게 끝인가. 젠장...실패했구나. 내 얼굴은 그제서야 긴장을 풀고 이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된게 없으며 제 쪽에서 일을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제어권이 총무팀으로 넘어간거죠. 좌절하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학부 사무실에서 안써주면 다시 대학원 사무실에서 써달라고 해보자.. 엇 근데 내 USB... 아까 학부 사무실에 놓고 왔네..

- 제 USB 찾으러 왔는데요.
- USB는 USB고 왜 아까 OOO교수님 얘기를 안한거죠? 나는 학생 때문에 한순간에 교수님말을 안들은걸로 됐나자? 이게 뭐야 입장 난처하게.. 쏼라 쏼라.
- 네??(혈압이.. 파바박.... 아니 이게 미쳤나.. 안돼.. 진정해야 돼. 기선아 참아야 해.. 넌 착하자나.. 참아야 해..) 아 네.. 죄송합니다.
- 교수님이랑 연관된 일이면 당연히 말을 해야 되는거 아니야? 이게 뭐야? 나 방금 대학원 교학팀에서 전화받았다고.
- ...(어라.. 죄송하다고 하니까 더 날뛰는구나.. 그냥 말을 말자..일단 USB챙기고..) 네..
- 이 모임이 확실히 교수님과 관계가 있는거에요?
- 네.. 교수님의 제자 되시는 분께서 대표하시는 모임이고 교수님과도 이야기를 했었던 모임입니다.
- ...
- ...(열받았나? 말이 없군. 그래서 어쩌겠다는거야?? 써주겠다는 거야 말겠다는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는거야...) 절 내쫓고 싶어하시는 것 같은데 공문 안써주실 꺼면 저는 이만 나가겠습니다. 안녕히~
- (훈수 두던 조교님)아니 학생 잠시만... 그게 정말 교수님이랑 관련있는 모임이면 협조문 받아오면 공문 만들어 줄테니까 그걸 받아와.
- 협조문이 뭔데요? 양식을 주시면 채워올께요.
- 양식은 없고 교수님이 그 모임에서 어떤 역할을 하시는지 써서 도장을 받아와.
- 네.


절차3. 교수님과 관계된 일이면 무조건 교수님 성함을 먼저 말하라.

아.. 열받아...내가 뭘 어쨋다고 나한테 승질이야. 그깟 공문하나 작성하는게 뭐가 그렇게 귀찮고 짜증나서 튕길때는 언제고 교수님 얘기 안했다고 나한테 그 쌩 난리 부르스를 추는거냐 말이야.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쉬었더니 찬욱군이 대학원에서 절 찾았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대학원 학부실로 갔습니다.

- 네 절 찾으셨다구요?
- 응 기선씨. 총무팀에서 전화왔었는데 회의실 빌리는거 그렇게 하면 돼 이미 전에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던 거고..
- 네 학부 사무실에서 들었습니다.
- 응 앞으로 무슨일 있으면 이쪽에 얘기를 해. 어차피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러고 나서 학부실쪽으로 전화 몇 통 하시더니 일처리가 끝났습니다. -_-;;; 이렇게 간단한 일을 난 대체 몇시간을 헤매고 돌아다닌건가...

결국 저한테 승질은 있는대로 다 부리던 조교는 상당히 불쾌한 표정으로 공문을 작성해줬습니다. 그리고 총무팀에서 전화도 왔습니다. 학부 사무실에서 공문을 받기로 했다고...대학원 교학팀에서는 총무팀에 그날 꼭 빌려달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의 교훈
-Key Fact-
핵심 요소를 말해야 한다.
사람마다 핵심 요소가 다르다.
조교한테는 교수님이 핵심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