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도착해서 공부하는 곳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학생.. 학생". 꽤나 다급한 목소리로..

왜요?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이거 스캔을 해야 되는데;;

저도 스캐너는 없는데요;;

학교 전산실에 있다던데 거기 들어가서 해주면 안되겠나? 학생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하네..

(아흐... 이거 뭐야 왜 학교와서 공부하려는 찰나에 타이밍 한번 절묘하네... 해? 말아? 해? 말아?)

취업 때문에 이거 오늘 내야 하는데 스캐너를 쓸 줄도 모르고.. 해주면 점심 근사하게 사줄께..

(헉 취업..;; 으으으으으....) 네 해드릴께요..;;

연세도 꽤나 있어 보이는 아저씨였는데 취직 때문에 이리저리 뛰고 있으신 모양이었습니다. 왠만하면 바쁘다고 하고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젊은 학생이 취업 때문에 나한테 스캔을 부탁하는 거면 '미친거 아니냐 알아서 해'라는 눈총을 쏴주고 돌아서겠는데. 대체 이 아저씨는 무슨 사연이 있어서 이 나이에 무턱대고 학교에 스캔을 하러 찾아왔을까 생각을 하니.. 참으로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와드렸습니다. 도와드리려고 전산실을 찾아갔더니 그곳엔 스캐너가 없더군요. 그래서 다른 건물의 전산실까지 가서 도와드리고 왔는데..

도와주는 과정에서 아무말이 없었다면 별 생각도 안들고 과자나 음료수라도 얻어 먹었을 테지만 일분 일초도 같이 있기 싫은 타입이였습니다. 물론 막막한 상황에서 도와주는 제가 고맙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아부를 하거나 제 가방을 들어주겠다는 이상한 표현까진 안하시는게 좋았을 텐데 말이죠.

'무슨 학부세요?' 라는 질문은 뻔하게 내가 무슨 학과라고 말을 하든 '좋은 학부네요.' 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답을 하지 말까 하다가 이미 저 질문 전에도 '법대생이세요?' 라고 물어왔고.. '아니요.'로 일축했더니 '의젓해 보여서..'라고  말을 했었기 때문에 너무도 뻔했다. '비즈니스IT요' 라고 결국 대답을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좋은 학부 다니시네요.' 사실... 궁금하지도 않고 무슨 학분지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나를 업시키려는 아부성 멘트.. 아.. 짜증이 팍.팍. 치밀어 오르면서 도와 주는 짓을 그만 둘까 하다가.. 결국은 어차피 손 댔으니 도와줘야지 하며 끝까지 해주고 말았습니다. 물론 대강;;

결국 다 해주고 제 팔짱을 끼며(아저씨가....-_-..) 아래 매점(거하게 쏘신다더니...)에서 뭐라고 먹자며 잡아 끄는 것을 이젠 공부해야 된다며 뿌리치고 왔습니다. 에혀~ 짜증;;

아무리 고맙더라도 아부는 하지 말자. 오히려 역효과 생긴다.

ps: 성격이 유들유들하고 심성이 고와서 스트레스 받는 기선군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