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난 어릴적 에피소드..
고등학교떄 아주 재미난 사연이 있는데... 짝사랑(?)이라고 하기도 참 뭐한.. 풋사랑(?).. ㅋ 아니 사랑이란 말 자체를 붙이기 애매모호한 암튼 그런 애정(?)이라는 개념이 싹트기 시작한 시점에. 내가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다. 근데 어느날 친구가 어떤 여자애랑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는데, 그 여자애가 자기는 꼭 영화관에서 손을 잡고 봐야 한다고 했다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싱글벙글해 하고 있었다. 왠 자랑질이냐며 부러워 했었고 결국 영화보는 내내 손을 잡고 봤다고 자랑질 하는 친구를 흐뭇하게 한편으론 부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여자애가 바로 내가 좋아했던 그 여자애였던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다른 친구에게 들었다. 그 친구는 내가 하두 불쌍해서(?) 알려준 것이었는데.. 내가 왜 불쌍했냐면.. 나 빼고 모든 반친구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A군이 내가 좋아하던 여자애랑 손잡고 영화를 봤다는 사실을 나빼고 모두 알고 있던 것이었다.
ㅋㅋㅋ지금은 웃음이 나지만 그때 당시 나에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A군은 내가 그여자애를 좋아한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고 잘 진행되지 않던 내 연애를 주제로 고민도 들어주고 상담도 해주던 친구였다. 그런데 그런 친구가 어떻게 날 이렇게 기만할 수 있는지... 나에겐 정말 충격이었다. 나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C군이 못내 밉기도 했다. 차라리 그 사실을 나한테 말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텐데.. 그래도 C군이 고마웠다. 지진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고.. B군은 무척이나 미웠다.
그 뒤론 도무지 B군과 가까워 질 수 없었다. 애초에 그냥 그여자랑 보기로 했다고 말을 하던지.. 반친구들에게 말하질 말던지.. 보고나서 나한테도 말을 직접 해줬다면.. 그나마 용서가 됐을텐데.. 그 친구는 도무지 내 관용의 폭에서는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근데 갑자기 이 에피소드가 왜 생각났을까.. 흠.. 요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유행이었나본데.. 그것 때문인지.. 맥주 한캔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잼나는 에피소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