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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때는 2010년 11월? 이미 토스3을 출간하신 토비님이 오랜만에 한국에 오셔서 세미나도 하시고 평소 보고 싶은 사람들 만나고 다니시던 때였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 책을 써보라며 꼬시기 시작했는데 난 마침 이직중이라 잠깐 시간이 비던 때였다. 홀라당 넘어갔다. 그래서 열심히 구상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권유로 시작한 일에 대한 열의는 슬슬 사그러들기 마련이다. 나도 그랬다. 슬슬 사그러들고 있었다. 책 쓰는 일이 참 힘들고, 욕먹기 쉽고, 돈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니 그런 이유를 핑계삼아 나태해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토비님이 에이콘이랑 두번째 책을 계약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컨셉은 지금 내가 구상했던 그런 초보용, 실무서적이었다. 생각해보면 초보용, 실무서적이 어디 한두개며 주제가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데, 그당시 나는 그 정도 정보만 가지고 충분히 오해를 해버렸다.

"아.. 토비님이 내가 쓰려는 책과 비슷한걸 쓰시려나 보구나.." 라고..

그래서 혼자 심각하게 고민을 헀다. 책을 쓸까 말까.. 에이 확 엎어버리고 쓰지 말까? 내가 토비님 책이랑 경쟁이나 되겠어? 얼마나 잘쓰시는데.. ㅠ.ㅠ 내 책이랑 비슷하게 나오면 내 책은 빛도 못볼텐데 OTL... 망했구나 망했어...

그런데 갑자기 내 속안 어디선가.. 아니야 그래도 쓸꺼야. 써내고야 말꺼야. 라는 이상하고 몹쓸 근성이 생겼다. 근데 공식적으로 계약하고 시작한 토비님 책이 있는데... 내가 그와 비슷한 컨셉으로 책을 써서 내면.. 난 계약도 안하고 썼는데 따라서 썼다고 누가 머라하진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래서 절반의 삐짐과 절반의 걱정으로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 그러고 몇일뒤 우연히 출퇴근 버스에서 만난 수원형과 이 글에 대해 이야기 나눈게 아직도 기억에서 잊혀지질 않는다.

'어떤 주제로 누가 먼저 쓰기 시작하는건 중요하지 않아. 그냥 써서 책으로 내면 돼. 너의 그 글은 쿨하지 못했어'

지금 봐도 참 쿨하지 못한 글이다.ㅋㅋㅋ 수원형 지적은 정확했다. 나에겐 좀 찌질한 구석이 많은데... 그게 때로는 내 삶의 원동력이 될 때도 있는거 같다. 성인군자처럼 좋은 원동력만 가지고 살면 좋겠지만.. 난 미천한 인간일 뿐.

결국... 삐짐은 나에게 강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

아참 저 글을 쓴 다음 날 아침 토비님께 전화도 왔었다.

"기선~ 너 뭐 할말 없어?" 이러시는데.... 으으...아직도 "없는데요."라고 말한게 오글 거리네 ㅋㅋㅋ 그 뒤로 몇마디 더 말을 나누고 내가 책 쓸 의지를 확고히 해주신 토비님께 감사하다.

책에도 썼듯이 내 맘대로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이상한 제자인데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되고 싶다.